미니 장기로 임신 초기 재현…체외수정 성공률 높일까

중국과 서구권 연구진이 인체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미니 장기 모델인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실험실 환경에서 인간 배아의 착상 초기 과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향후 체외수정(IVF)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언뜻 보면 마치 인간의 임신이 시작되는 순간처럼 보인다. 공처럼 둥근 배아가 수용 준비를 마친 자궁 내막을 부드럽게 누른 뒤 이내 단단히 밀착된다. 이어 미래에 태반이 될 첫 줄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자궁벽을 파고든다.

임신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착상’의 경이로운 순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인체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 장면은 베이징의 한 실험실 내 미세유체 칩(microfluidic chip) 안에서 포착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이 모든 광경이 펼쳐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a microfluidic chip with channel measurements marked in mm
사진의 투명한 미세유체 칩은 자궁 내막을 모사한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진 제공

세계적 과학 학술 출판사 셀 프레스(Cell Press)가 최근 발표한 세 편의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임신의 초기 순간을 모사한 시도 가운데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체외수정(IVF) 센터에서 기증받은 인간 배아를 자궁 내막을 구성하는 내막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organoid)’와 결합시켜 두 구조가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미니 장기 모델을 말한다.

세 편의 논문은 중국 연구진의 논문 두 편과 영국·스페인·미국 공동 연구진의 논문 한 편이다. 이 논문들은 모두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조직체를 활용해 초기 임신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중국 연구 논문 두 편에 참여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의 생물학자 준 우(Jun Wu) 교수는 “배아와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함께 배치했다는 점이 세 논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말했다.

논문들에 따르면 이러한 3차원 결합체는 임신 초기 며칠을 현재까지 가장 정교하게 재현한 사례다. 이는 체외수정 시술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를 연구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 실험은 배아가 2주가 되기 전에 중단됐다. 이는 인간 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윤리적 규정 때문이다.

일반적인 체외수정 시술에서는 난자를 실험실에서 수정한 뒤 약 3~5일 동안 배반포라 불리는 구형 배아로 발달하게 한다. 이후 이 배반포를 환자의 자궁에 이식하여 착상 뒤 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두 개의 블라스토이드, 즉 인공 배아(원형)가 오가노이드 속에서 자라고 있다.
연구진 제공

문제는 체외수정 시술이 실패할 때 흔히 문제의 원인이 되는 단계가 바로 착상이라는 점이다. 많은 환자가 배아가 착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시술이 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가 실험실에서 재현하고자 한 것도 바로 모체와 배아 사이의 최초 결합 과정이다. 이번 논문 중 유럽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스탠퍼드대 생물학자 마테오 몰레(Matteo Molè) 교수는 “체외수정(IVF)이란 원래 시험관 수정(in vitro fertilization)을 뜻하지만, 이제는 시험관 착상(in vitro implantation) 연구까지 영역이 확장됐다”며 “착상은 임신으로 가는 관문인 만큼, 이를 실험실에서 모델링할 수 있다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Institute for Stem Cell and Regenerative Medicine) 발생생물학자이자 이번 연구를 공동 주도한 홍메이 왕(Hongmei Wang) 박사는 “착상은 사람 자궁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어서 일반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온 그녀는 이어 “인간 배아의 착상 과정을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은 늘 있었지만, 모든 과정이 자궁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연구할 길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연구진은 기증받은 체외수정 배아 약 50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한편, 이른바 ‘블라스토이드(blastoid)’라고 불리는 인공 배반포를 이용한 실험을 추가로 약 1,000건 수행했다. 인공 배반포는 줄기세포로 만들어낸 초기 단계 인간 배아의 모사체다.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실제 배아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에 따르는 윤리적 제한도 상대적으로 적다.

베이징 연구소 논문의 책임저자인 위러첸 위(Leqian Yu) 박사는 “인공 배반포를 갖게 된 상황에서 이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며, “그다음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계가 착상이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과제였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해법은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미세한 통로와 자궁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공간을 갖춘 부드러운 실리콘 챔버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 뒤 이 장치의 주입구를 통해 인공 배반포나 실제 배아를 넣으면 ‘임신’ 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다.

위 박사는 “우리가 밝히고자 하는 핵심 질문은 배아와 모체 사이에서 처음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가 하는 점”이라며, “이번이 아마도 착상 전체 과정을 통째로 관찰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적 활용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소 두 곳의 스타트업이 유사한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일부는 오가노이드를 체외수정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기반 스타트업 던 바이오(Dawn Bio) 외에도, 휴스턴의 심브리오 테크놀로지스(Simbryo Technologies)는 2025년 11월 인공 배반포와 자궁내막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체외수정 시술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성공률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검사를 위해 의사들은 환자의 자궁내막을 생검해 채취한 조직으로 오가노이드를 배양한다. 그다음 배양된 오가노이드에 인공 배반포를 넣어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만약 인공 배반포가 착상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자궁이 착상에 적합하지 않아 체외수정이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베이징 연구진은 이러한 ‘임신 오가노이드’가 해당 환자들을 돕는 약물을 발굴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반복적인 체외수정 시술 실패를 겪은 여성들의 조직을 채취해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승인된 약물 1,119종을 대상으로 효과를 시험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 결과 여러 약물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중 하나인 아보벤존(avobenzone)은 일부 자외선 차단제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인공 배반포의 착상 확률을 기존 약 5%에서 약 25%까지 끌어올렸다. 위 박사는 적합한 후보 약물을 찾을 수 있다면 향후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 자궁?

베이징 연구진은 오가노이드 시스템을 한층 더 현실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시스템에는 혈액을 공급할 혈관이나 면역세포 등 필수 세포 유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 박사는 다음 단계로 칩 장치에 혈관과 미세 펌프를 추가해 오가노이드에 일종의 기초적인 순환계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 배반포나 배아를 보다 장기간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실험실에서 임신 과정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우 박사는 “일부에서는 이번 연구를 인간을 완전히 몸 밖에서 만들어내는 첫 단계로 보기도 한다”며, “이 기술은 분명 더 오래 배양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다만 우 박사는 인간을 실험실에서 만삭까지 키우는 일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기술은 분명 체외 발생, 즉 몸 밖에서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인공 자궁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여전히 공상과학의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The post 미니 장기로 임신 초기 재현…체외수정 성공률 높일까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


발행일: 2026년 01월 09일 21:00
원본 URL: https://www.technologyreview.kr/%ec%9d%b8%ea%b0%84-%eb%b0%b0%ec%95%84%eb%a1%9c-%ec%9e%90%ea%b6%81-%ec%98%a4%ea%b0%80%eb%85%b8%ec%9d%b4%eb%93%9c-%ec%b0%a9%ec%83%81-%ec%8b%a4%ed%97%98/
수집일: 2026년 01월 09일 21:01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kr/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