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발기부전·장수 겨냥한 유전자 치료 개발 나선 스타트업
2026년 1월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언리미티드 바이오가 소수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목적의 실험적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6년 1월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언리미티드 바이오(Unlimited Bio)가 소수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적 유전자 치료제 두 종류를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이반 모르구노프(Ivan Morgunov) CEO에 따르면 해당 유전자 치료제는 수명 연장을 위한 ‘장수 치료제’이다. 이 회사는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12~15명의 자원자들은 이동비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며, 팔과 다리 근육에 치료제 주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맞게 된다. 치료제 중 하나는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을 늘리도록 설계됐고 다른 하나는 근육 성장에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언리미티드 바이오는 이 치료제를 통해 자원자들의 근력, 지구력, 회복력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탈모 치료와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건강한 자원자들에게 여러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하는 이번 임상시험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홀리 페르난데스 린치(Holly Fernandez Lynch) 법학 및 의료윤리 교수는 “연구 규모가 너무 작아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임상시험만으로는 ‘장수’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르구노프 CEO에 따르면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혈액 공급 개선 치료제는 온두라스와 멕시코의 클리닉에서 이용 가능하며, 이미 유명인들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이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의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클로이 카다시안(Khloe Kardashian)이 언니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과 함께 멕시코의 에테르나 클리닉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리면서 언리미티드 바이오를 태그했다. 또한 12월 말에는 바이오해킹(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신체 성능을 향상시키는 활동)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 데이브 아스프리(Dave Asprey)도 멕시코에서 유전자 치료를 받는 모습을 담은 인스타그램 릴스를 게시했다. 해당 릴스는 130만 명의 팔로워에게 공유됐다. 영상에서 에테르나 클리닉의 아딜 칸(Adeel Khan) CEO는 “이 치료는 전신의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말하고, “아스프리는 “내 신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노화 정도를 낮추고 혈관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명 연장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유전 부호(genetic code)를 신체의 세포에 주입해 해당 유전 부호가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승인된 유전자 치료제들은 대개 표적 단백질이 결핍됐거나 변형된 중증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들도 있다. 그런 기업 중 하나가 미니서클(Minicircle)이다. 미니서클은 근육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이자 전신에 존재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는 폴리스타틴(follistatin) 생성을 증가시키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해당 치료제가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니서클은 온두라스에 있는 특별 경제 구역인 프로스페라(Próspera)에 위치해 있다. 누구든 현지 클리닉을 방문해 약 2만 5,000달러(약 3,600만 원)의 비용으로 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미니서클의 유전자 치료를 받았는데, 그중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치료법을 홍보한 미국의 기업가이자 장수 인플루언서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도 포함된다.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모르구노프 CEO는 미니서클의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컴퓨터 과학자인 그는 장수 분야에도 흥미가 있으며 특히 ‘급격한 수명 연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노화로 인해 사망하는 마지막 세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모르구노프 CEO는 노화 방지나 수명 연장 치료제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약물 규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그 역시 언리미티드 바이오를 프로스페라에 설립했다. 이에 대해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블라디미르 레시코(Vladimir Leshko) COO는 “우리 회사와 같은 곳은 프로스페라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연구팀은 두 종류의 유전자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하나는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하는 또 다른 폴리스타틴 치료제이며, 다른 하나는 혈관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라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모르구노프 CEO와 동료 연구원들은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를 통해 근육 성장 증가와 근육 회복력 향상뿐만 아니라 수명 연장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치료받는 사람의 DNA 자체를 변화시키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므로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않는다.
레시코 COO는 “두 치료를 병행하면 건강한 사람에게도 이점이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시코 COO는 전직 전기공학자이자 프로 포커 선수였으며 이후에 의공학을 다시 공부했다.) 그는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하면 예방 효과와 기능 향상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으며, 임상시험 참여자들은 운동 후 회복 속도 향상, 근력 향상, 지구력 향상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12~15명의 자원자 중 절반은 폴리스타틴 치료만 받을 예정이며, 나머지 절반은 VEGF 치료와 폴리스타틴 치료를 모두 받을 예정이다. 모르구노프 CEO에 따르면 치료는 팔과 다리의 큰 근육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모르구노프 CEO는 VEGF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이 치료는 다리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 통증, 감각 저하, 궤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하지허혈증 치료를 위해 1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승인된 바 있다. 모르구노프 CEO는 기존에 발표된 추정치를 근거로 러시아에서 이미 약 1만 명이 이 치료를 받았을 것으로 보지만, 이에 대해 “정확히 사실 확인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 부족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에서 수십 년간 VEGF와 VEGF 치료제를 연구해온 세포 윌래헤르투알라(Seppo Ylä-Herttuala) 분자의학 교수에 따르면 VEGF는 매우 강력한 물질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VEGF 유전자 치료를 받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 치료의 안전성이 ‘얼마나 많은 양을 어디에 투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 VEGF 치료제를 심장에 주입한 실험에서는 체액이 축적돼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종이 발생했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이 치료제를 신체의 다른 곳에 투여하더라도 VEGF는 체내를 순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VEGF가 눈으로 이동할 경우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레시코 COO는 “VEGF는 주입된 부위에 남아 있을 것이며 체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VEGF 치료제가 러시아에서는 승인됐지만 다른 곳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며 “임상시험이 충분히 엄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 치료제의 사용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VEGF는 혈관 성장에 도움을 줄 뿐 노화는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VEGF는 장수 약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레시코 COO는 이에 대해 쥐를 이용한 2021년 연구를 언급했다. 이 연구는 VEGF 활성이 부족할 경우 설치류의 노화가 촉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레시코 COO는 “해당 연구 결과에 따라 VEGF도 잠재적인 장수 약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폴리스타틴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훨씬 더 부족하다. 또 다른 폴리스타틴 유전자 치료제를 판매하는 미니서클은 지금까지 엄격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현재까지 폴리스타틴의 효과에 대한 근거 대부분은 설치류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전자 치료제에 관한 이러한 임상시험들은 치료제 자체뿐 아니라 해당 치료제를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VEGF 치료제는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원형의 유전 물질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며, 폴리스타틴 치료제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에 따르면 플라스미드 치료제는 제조가 더 쉽고 체내 지속 기간도 며칠에 불과할 정도로 짧으며 일반적으로 AAV 치료제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AAV 치료제는 수개월 동안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페르난데스 린치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 치료제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안전성과 효과 측면에서 중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 치료제로 인한 잠재적 피해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위험도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레시코 COO는 이러한 지적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매일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노화 관련 원인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노화하고 있는 ‘건강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윤리적’ 장벽을 세우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모르구노프 CEO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180세까지 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온 바이오해킹 인플루언서 아스프리는 에테르나 클리닉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VEGF를 ‘장수 물질’이라고 설명했고, 에테르나 클리닉의 칸 CEO는 해당 치료를 ‘궁극의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아스프리와 칸 CEO는 모두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에 있는 리하이 대학교의 마이클 구스마노(Michael Gusmano) 보건정책 교수는 이러한 메시지가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치료법을 유명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홍보할 경우 치료 효과에 대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임상시험 자원자들이 해당 치료제의 작용 원리에 대한 지식 축적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뿐”이라고 덧붙였다.
구스마노 교수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누구에게도 이런 임상시험에 참여하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기부전 치료 프로젝트
근육 연구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연구진은 VEGF 치료제를 탈모와 발기부전에도 시험해 보고자 한다. 레시코 COO는 이에 대해 VEGF 수치가 높은 쥐에서 더 크고 밀도가 높은 모낭이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며 “자원자들의 두피에 VEGF 치료제를 여러 차례 주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탈모가 심한 모르구노프 CEO는 이미 해당 치료법을 스스로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발기부전 임상시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레시코 COO는 “유전자 치료제를 음경에 주입한다는 발상이 흥미롭기 때문에 이 치료법에도 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임상시험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는 “5~10회의 주사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의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두 접근법 모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모발 성장은 주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며 “또한 어떤 물질이든 음경에 주입하는 행위는 손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레시코 COO는 거의 20년 전에 다른 회사가 유사한 접근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VEGF 유전자 치료제를 음경에 주입할 경우 해당 부위에 부종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미 탈모와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제가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라고 해도 기존 치료제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등장할 치료제에는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향후 치료제는 단순히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치료제들보다 더 안전하거나 더 효과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임상시험들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규모 임상시험으로는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겠지만, 치료제의 작용 원리에 대한 일부 단서를 확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적어도 근육량 증가 측면에서는 치료제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효과는 건강한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와 통화하기 전 윌래헤르투알라 교수는 ‘가장 진보한 수명 연장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언리미티드 바이오의 웹사이트를 살펴봤다. 그는 “그 웹사이트에 수많은 약속들이 적혀 있었다”며 “그 약속들이 모두 사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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