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한 유전자 벤처의 불편한 광고
뉴욕 지하철에는 ‘신장은 80%가 유전’, ‘IQ는 50% 유전’이라는 문구의 광고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한 스타트업이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유전자 최적화도 화장품만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며 내세운 광고들이다.
필자는 올가을 맨해튼 브로드웨이-라파예트 지하철역 밖에서 전광판의 화장품 광고가 Pickyourbaby.com 광고로 매끄럽게 전환되는 모습을 보았다. 광고는 예비 부모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눈 색깔, 머리카락 색깔, 지능지수 등 아기의 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역 내부로 들어서자 회전식 개찰구와 계단, 머리 위 배너까지 아기 사진으로 가득한 광고가 온 공간을 뒤덮고 있었다. 이 광고를 의뢰한 스타트업 뉴클리어스 지노믹스(Nucleus Genomics)의 26세 창업자 키안 사데기(Kian Sadeghi)는 “생각해 보라. 지금은 화장으로 외모를 꾸미지만, 미래에는 유전자까지 고쳐 원하는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고 믿는다.
뉴클리어스는 화제성을 노리는 신생 유전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외수정(IVF) 배아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분석해 약 2,000개의 특성과 질병 위험을 점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모가 일부 특성을 선택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DNA가 인간의 특성 형성에 관여하며 때로는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 광고 현수막 중 하나는 뉴욕 승객들을 향해 “키는 80%가 유전”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광고가 시작된 다음 날, 사데기와 필자는 온라인에서 짧은 설전을 벌였다. 그는 X(구 트위터)에서 부모가 눈 색깔이나 머리카락 색깔과 같은 특성을 클릭해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보여줬다. 필자는 이 모든 상황이 편리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우버이츠(Uber Eats)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클릭 몇 번으로 음식을 주문하듯 아기를 선택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필자는 그날 밤 “지능지수는 50% 유전”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서 사데기를 만나기로 했다. 패딩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뉴클리어스 광고가 곧 지하철 차량 1,000량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 만찬 행사에서나 은밀히 거론되던 비밀스러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는 “저 계단을 보라. 지하철 전체가 유전자 최적화 광고로 뒤덮여 있다. 우리는 이 기술을 주류로 끌어내고 있다”며 “다시 말해 우리는 일상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일상화’하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예측된 특성을 바탕으로 배아를 선택하는 능력은 더 건강한 인구를 만드는 데 기여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하철 광고에서 언급된 키와 지능과 같은 특성은 대중의 관심을 외모 중심의 선택이나 노골적인 차별로 이끈다. 사데기는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와, 이제 나에게 선택권이 생겼구나. 더 키 크고, 더 똑똑하고, 더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어’라고 깨닫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OURTESY OF THE AUTHOR
뉴클리어스는 역발상 투자 전략으로 유명한 투자사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확보했다. 배아 점수화 기술은 파운더스 펀드의 투자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아이디어는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전문가 집단은 유전적 예측의 신뢰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IVF 클리닉도 여전히 이러한 검사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의사들은 특히 이러한 기술이 부모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아이가 배아 점수에서 예측된 것만큼 수능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뉴클리어스의 대대적인 광고 공세는 이러한 제약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어떤 클리닉에서 배아 검사를 거부한다면, 예비 부모들은 다른 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또 다른 배아 검사 기업인 오키드(Orchid)는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 덕분에 우버가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택시 시장에 조기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르 시디키(Noor Siddiqui) 오키드 창업자는 지난 8월 온라인 행사에서 “의사들은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도입하지 않으면 환자를 잃기 때문에 이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데기는 자신의 스타트업을 에어비앤비(Airbnb)에 비유한다. 그는 뉴클리어스가 고객과 클리닉을 연결해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유입 경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뉴클리어스 광고에 DNA나 점수화 기술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는 제품 자체의 정보보다 매력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둔다. 뉴클리어스의 광고가 매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키, 지능, 그리고 밝은 눈동자다.
과연 이런 광고들이 합법적인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사데기로부터 뉴욕 도시교통공사(MTA)가 광고 내용 중 일부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예를 들어, MTA는 유전자 검사로 배아의 성별을 매우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뉴클리어스가 “여자아이를 선택하세요” 혹은 “남자아이를 선택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게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공공시설에서 인종, 종교, 생물학적 성별 등에 근거한 보호 대상 집단에 대해 ‘부당한 차별 조장’을 금지하는 MTA의 방침 때문이었다.
2023년부터 뉴욕시는 주거 공간 및 공공장소에서 체격에 대한 ‘편견을 뿌리 뽑기’ 위해 법적으로 키와 체중을 차별 금지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로서는 MTA가 “신장은 80%가 유전”이라는 뉴클리어스의 광고 문구를 허용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MTA 광고 부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 문구가 특정 행동을 직접적으로 유도하지 않는 사실 진술에 가깝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 결과가 궁극적으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지 알고 있다. 키가 큰 배아를 고르고, 키가 작은 배아는 IVF 보관고에 남겨 영원히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The post “당신의 아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한 유전자 벤처의 불편한 광고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