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AI가 불러올 ‘경제적 특이점’의 시대

리처드 워터스 <파이낸셜 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이자 전 미국 서부 총괄 편집장과 데이비드 로트먼 MIT 테크놀로지 리뷰 선임 편집자가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리처드 워터스(Richard Waters)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파이낸셜 타임스> 전 미국 서부 총괄 편집장(사진 ‘좌’)과 데이비드 로트먼(David Rotman) MIT 테크놀로지 리뷰 선임 편집자가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실제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경제적 특이점(economic singularity)’은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 자동화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기존의 노동·자본·시장 시스템이 더는 기존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점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리처드 워터스:

어떤 신기술이건 분야별로 도입 속도에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성형 AI만큼 이런 편차가 심한 경우는 드물다. 이로 인해 생성형 AI가 경제 생산성 전반은 물론 개별 기업에 미칠 영향조차 선뜻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에서는 AI 코딩 어시스턴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혁신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1년 안에 메타의 코드 절반이 AI에 의해 작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에 대한 초기 투자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널리 인용되고 있는 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생성형 AI가 본질적으로 정해진 정답이 있는 규칙이나 논리를 따르는 기술이 아닌,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기술이며 환각을 일으키기 쉽다는 점 때문에 결국 기업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기술사를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즉각적인 영향력의 부재를 혁신적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지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한다. 1990년대 초 MIT 조교수였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은 이른바 ‘IT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 of IT)’ 현상을 최초로 제했다. 당시 기술이 사람들의 업무 수행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적 증거가 존재함에도 그러한 증거가 생산성 지표를 통해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브린욜프슨은 이는 단지 기업이 기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대규모 IT 투자는 결국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생산성 반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10년 뒤 다시 둔화했고, 이어 두 번째 침체기가 찾아왔다.

Richard Waters and David Rotman
FT/MIT TECHNOLOGY REVIEW | ADOBE STOCK

AI의 경우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우선 데이터 플랫폼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핵심 업무 절차를 다시 설계하고, 인력도 재교육해야 한다. 이처럼 변화를 위한 준비 단계 때문에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 자체를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생성형 AI를 보다 넓은 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돼 있어, 본격적인 확산을 위한 토대는 갖춰졌기 때문이다.

AI가 가져올 가능성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크다. 한 포춘 500대 기업 임원은 자사 분석 업무를 전반적으로 점검한 결과, 현재 직원들이 수행하는 많은 업무가 기업 수익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부가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제거하고 비효율적인 인력의 업무를 AI로 대체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임원의 말대로, 이러한 전면적 개편은 기존 프로세스에 대규모 변화를 일으켜야 해 완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일부 고무적인 조짐도 등장했다. 미국의 생산성 성장률은 지난 15년 넘게 1~1.5% 수준에 머물며 정체를 겪었지만, 2024년에는 2%를 넘어섰다.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공식 통계가 아직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반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또 그중 어느 정도가 AI 덕분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신기술이 가져오는 생산성 향상이나 업무 방식 변화 같은 실제 효과는 보통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여러 기술이 쌓이면서 상승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AI 역시 이전에 이루어진 클라우드와 모바일 컴퓨팅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AI 열풍도 로보틱스처럼 경제 전반에 더 큰 파급력을 가진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날 것임을 예고하는 전조일 가능성이 있다. 챗GPT가 사람들의 관심과 상상력을 사로잡으며 AI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지만, 오픈AI가 만든 이 하나의 챗봇만으로 전체적인 성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다양한 기술과 투자가 결합되고, 기업과 산업 전반에서 활용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

미 국방예산 내 AI 투자
AI 관련 연구·개발·시험·평가(RDT&E)에 대한 국방부 투자(단위: 10억 달러(약 1조 4,750억 원))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데이비드 로트먼:

요즘 AI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논의는 단연 ‘AI가 전반적인 경제 생산성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문제다. AI가 제공할 화려한 영상 효과나 사람과 함께할 동반자 역할, 혹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을 대신해 줄 에이전트 같은 기대는 잠시 논외로 하자. 핵심은 AI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생산성을 실제로 높일 수 있는가에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셨듯 AI가 현재 경제 성장률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에릭 브린욜프슨은 AI가 다른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과 마찬가지로 J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기에는 기업들이 기술 도입에 막대한 투자를 쏟느라 생산성이 더디게 오르거나 때로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투자의 보상이 나타나고 이후에는 폭발적인 호황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논리를 흔드는 반례도 존재한다. IT가 도입되면서 1990년대 중반 생산성은 분명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체됐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슬랙과 우버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음에도 디지털 기술은 경제 전반에 걸친 강력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눈에 띄는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적 도약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는 생성형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은 낙관론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고,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도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AI 기술 자체가 여러 측면에서 뛰어나더라도, 현재 AI 연구·개발이 제조업, 운송, 유통, 금융 등 경제에서 비중이 크고 핵심적인 산업 부문과는 별 관련이 없는 특정 제품과 영역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용한 ‘AI 프로젝트의 95%가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통계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제조업을 살펴보자. AI가 일부 업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예컨대 공장 근로자가 기계 고장의 원인을 사진으로 찍거나, 생산 라인에서 불량품이 발생한 부위를 촬영해 AI 에이전트에게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AI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은 이런 현장의 세밀하고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기업이 만든 범용 대형 모델은 대부분 인터넷 기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어서, 제조 현장의 특수한 상황이나 산업별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AI가 생산성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를 기업의 관행이나 직원 숙련 부족 탓으로 돌리기 쉽다. 실제로 앞서 언급해주신 포춘 500대 기업 임원의 사례도 너무 익숙하게 들린다. 하지만 보다 의미 있는 질문은 따로 있다. 간호사, 교사, 공장 근로자처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보다 생산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AI를 어떻게 설계하고 학습시키며 정교하게 다듬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일부 기업은 그 이유로 AI를 들었다. 문제는 이것이 장기적 혁신이 아니라 단기적 비용 절감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린욜프슨과 아세모글루 등 경제학자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와 같이, AI가 가져올 진정한 생산성 향상은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데서가 아니라 새로운 직무를 만들고 기존 노동자의 능력을 확장해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나타난다.

리처드 워터스:

앞선 논의는 양측 모두 상당히 신중한 시각에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무리는 조금 희망적인 시각에서 해보겠다.

일부 분석에서는 지금 존재하는 업무 가운데 AI가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더 넓다고 가정한다. 아세모글루는 20% 정도로 추정하는 반면, 맥킨지는 60%로 보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경제 전체의 연간 생산성 상승률을 최대 3.4%까지 내다본다. 물론 이런 계산은 기존 업무의 자동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만약 AI가 기존 직무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새로운 활용 사례가 등장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기업과 노동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언제나 우선 목표는 비용 절감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관련 기사: 2024년 데이비드 로트먼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AI가 생산성 향상에 실제로 기여하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를 다뤘다. 또한 그는 기본 R&D 자금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적의 방식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기고했다.

The post [특별대담] AI가 불러올 ‘경제적 특이점’의 시대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


발행일: 2025년 12월 08일 21:00
원본 URL: https://www.technologyreview.kr/%ed%8a%b9%eb%b3%84%eb%8c%80%eb%8b%b4-%ea%b2%bd%ec%a0%9c%ec%9d%98-%ed%8a%b9%ec%9d%b4%ec%a0%90%ec%9d%b4-%ec%98%a8%eb%8b%a4/
수집일: 2025년 12월 08일 21:01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kr/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