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놀라운 비타민D의 세계
피부가 햇빛을 받을 때 체내에서 합성될 수 있어 '햇빛 비타민'으로 불리는 비타민 D는 뼈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와 심장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며칠 새 런던에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마다 서리가 끼고,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분다. 아이들이 하교할 즈음이면 벌써 땅거미가 진다. 어둑어둑한 하늘을 보다가 ‘햇빛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비타민D가 문득 생각났다.
몇 년 전 강검진에서 필자는 비타민D 결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는 보충제 처방을 내주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모두가 비타민D 결핍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영국 국민 전체에게 비타민D 보충제를 처방하는 것은 국가보서비스(NHS)에 지나치게 큰 비용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비타민D 보충은 중요할 수 있다. 북반구에 거주하는 이들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햇빛을 받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비타민D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비타민D가 뼈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비타민D가 면역 체계와 심장 건강을 비롯한 우리 몸의 여러 부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놀라운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비타민D는 약 100년 전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보건 전문가들은 흔히 ‘영국병(English disease)’이라 불리던 질환의 치료법을 찾고 있었다. ‘영국병’의 정식 명칭은 구루병(Rickets)으로, 햇빛 부족으로 인한 비타민 D 결핍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산업혁명 시기 대기오염과 실내 생활 증가로 인해 영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병으로, 다리뼈가 휘거나(X/O자 변형), 뼈가 약해 쉽게 부러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오늘날 우리는 어린이의 뼈가 약해지는 질환인 구루병이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비타민D는 뼈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비타민D가 우리 몸의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뼈는 끊임없이 분해되고 재형성되며, 이 과정에는 칼슘이 필요하다. 칼슘이 부족하면 뼈는 약해지고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구루병은 여전히 전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남아 있어, 전 세계적으로 생후 1년까지는 영아에게 비타민D 보충제를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비타민D가 뼈 이외의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근거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런 경우 비타민 D를 매일 또는 주 단위로 보충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비타민 D 결핍은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증가와도 연관되어 있다. 다만 보충제가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다소 엇갈린다.
비타민D는 우리 면역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에서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게 감기 발생률이 더 높다는 연관성이 발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타민D 보충제가 면역 체계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작용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비타민D가 이 과정에서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최근 37개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비타민D 보충제가 ‘급성 호흡기 감염’을 예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비타민D 수치는 정신 건강, 임신 결과, 심지어 암 진단 후 생존 기간과도 연관이 있다. 단순히 저렴한 보충제만으로 우리 건강의 여러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었다면 알 수 있듯,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비타민 D 보충제가 이러한 다양한 질환에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관한 근거는 많아야 ‘혼재된 수준’이다.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비타민D 보충제에 대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타민 D를 주로 햇빛으로 얻기 때문이다. 우리의 피부는 UVB 광선을 체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비타민으로 전환한다. 음식으로도 섭취할 수는 있지만 양은 많지 않다. 주요 식품으로는 기름진 생선, 달걀노른자, 버섯, 일부 강화 시리얼과 우유 대체품이 있다.
사람의 비타민D 상태를 평가하는 표준 방법은 혈액 내 25-하이드록시콜레칼시페롤(25(OH)D)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간에서 비타민D가 대사될 때 형성된다. 다만 이상적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모두가 이상적인 수치에 합의한다고 해도,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하는지, 또는 햇빛에 얼마나 노출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 가지 복잡한 요인은 사람마다 UV 광선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피부 속 멜라닌 양에 크게 좌우된다. 마찬가지로 기름진 생선과 버섯으로 식사하고 강화 우유 한 잔을 곁들인다고 해도, 자신에게 비타민D가 얼마나 더 필요한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비타민D 결핍의 정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혈중 수치가 1리터당 30나노몰 미만일 경우를 결핍으로 본다. 비타민D가 우리 몸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밝혀질 때까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결핍을 예방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D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국민 모두가 가을과 겨울 동안 1일 10마이크로그램의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 권고는 나이, 혈중 수치, 피부 멜라닌 양 등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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