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솔트호 연안에 ‘리튬 제국’ 건설을 꿈꾸는 미국 스타트업
미국 스타트업 라일락 솔루션스는 2년 안에 미국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리튬 추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8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그레이트솔트호 북부 연안은 마치 매우 더운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태양은 눈부시게 반짝이며 호숫가에 눈처럼 쌓여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하얀 소금에 반사된다. 배가 다닐 수 없을 만큼 얕은 호수의 일부는 박테리아로 인해 물이 분홍색으로 변해 있다. 호수 주변은 들쭉날쭉한 붉은 산과 갈색 관목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흔적은 호숫가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컨테이너와 트럭으로 만든 임시 캠프까지 이어지는 소금으로 뒤덮인 호스뿐이다.
이 초현실적인 장소는 라일락 솔루션스(Lilac Solutions)라는 기업의 시범 시설 현장이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높아지면서 소위 백금으로 불리는 리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빼앗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 가동 예정인 첫 상업용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시범 시설을 철거하기 전, 라일락 솔루션스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이 외딴 지역의 시설을 취재할 첫 번째 기자로 필자를 초대했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암석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리튬직접추출(direct lithium extraction, 이하 DLE)이란 새로운 방식의 상용화를 위해 경쟁 중이다. DLE는 기존의 대표적인 리튬 채굴 방식인 경암형 채굴과 염수형 채굴 방식이 초래하는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방식을 말한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인 호주는 경암형 채굴 방식을 사용한다. 경암형 채굴이란 리튬이 풍부한 암석을 땅에서 채굴해 화학적 처리를 거쳐 산업용 등급의 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리튬 생산국인 칠레는 염수형 채굴 방식을 사용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아타카마 사막 지역에 물을 대량으로 주입하면 용해된 리튬이 풍부하게 함유된 물웅덩이들이 형성되는데, 이 물웅덩이들의 물을 증발시키면 리튬염(lithium salt)이 남고, 리튬염을 모아 다른 곳에서 가공하면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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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E로 알려진 방법들도 리튬 염수를 사용하지만, 물이 많이 필요한 증발 대신 리튬 이온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첨단 화학적 또는 물리적 여과 공정을 활용한다. DLE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으나 물과 토지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리튬 생산을 확대할 방법을 모색 중인 기업과 정부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들이 리튬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인 이유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전력망 백업용 대형 배터리 사용 증가로 리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리튬의 3분의 2 이상을 처리하는 중국은 자국의 리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체적인 DLE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DLE 방식은 여전히 다양하게 연구 중이지만, 현재 10여 개 기업이 이 기술의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거대 기업들은 이미 기본적인 시판용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라일락 솔루션스는 자사 기술에 대한 가장 고도화된 시험을 완료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기술은 기존 리튬 추출 방식이나 심지어 다른 DLE 방식보다도 훨씬 적은 양의 물만 사용한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자체 개발한 ‘구슬(bead)’을 활용해 물에서 리튬 이온을 추출한다. 이 공정은 DLE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알루미나 흡착제 기술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물만 사용해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또한 모든 공정에서 미국 내 공급망만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석유, 에너지 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에서 개발한 기술은 일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라일락 솔루션스의 구슬들은 네바다주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서 제조된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구슬들이 특히 리튬 함량이 낮은 상황에서 리튬을 추출할 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어디에나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도 라일락 솔루션스의 기술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기술보다 상당한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소속으로 최근 DLE 관련 보고서를 집필하기도 한 마일로 맥브라이드(Milo McBride) 연구원은 “라일락 솔루션스가 리튬을 직접 생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리튬 채굴 회사들에 설비를 공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세계 리튬 생산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라일락 솔루션스가 상업적 규모로 기술을 입증하기 위해 건설할 새로운 시범 공장이 미국내 리튬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 시점에 특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 미국 최대 규모의 리튬 프로젝트이자 논란이 많은 경암형 채굴 방식인 네바다주의 태커패스(Thacker Pass) 광산이 다시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 있는데, 10월 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가 태커패스 광산의 5%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20억 달러 이상의 연방 대출(약 2조 원)을 재협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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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네바다주의 훼손되지 않은 광활한 지형에 깊은 상처를 내겠다는 태커패스 프로젝트에 환경 보호론자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목장주와 원주민 부족들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태커패스 프로젝트가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층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뭄에 시달리는 서부 지역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물을 증발시켜 리튬을 추출하는 염수형 방식을 추가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미국에서 라일락 솔루션스만 DLE 방식을 추진하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솔턴호에서는 에너지소스 미네랄(EnergySource Minerals)과 같은 개발사들이 솔턴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DLE 시설에 전력을 공급할 지열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엑슨모빌(Exxon Mobil), 쉐브론(Chevron),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과 같은 에너지 대기업들은 아칸소주 남서부 스맥오버(Smackover) 지역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은 이 지역의 지하 염수층에서 최대 1,900만 톤에 달하는 리튬 매장량을 확인한 바 있다. 지리적·전략적으로 이들의 중간에 위치한 라일락 솔루션스는 캘리포니아의 기업들처럼 신기술을 개발하되 아칸소에 있는 에너지 대기업들에 자사 설비를 판매할 계획이다.
그레이트솔트호는 리튬 광산 개발에 적합한 장소로는 보이지 않는다. 솔턴호의 리튬 농도는 200ppm 정도이며, 라일락 솔루션스가 또 다른 시범 시설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의 호수는 리튬 농도가 700ppm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면 그레이트솔트호의 리튬 농도는 어떨까? 호주 출신인 라에프 설리(Raef Sully) 라일락 솔루션스 CEO에 따르면 70ppm에 불과하다. 그는 “이 정도 농도면 4만 5,000석 규모의 축구 경기장에 고작 세 명만 앉아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일락 솔루션스는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한다. 설리 CEO는 “이곳은 우리 기술의 뛰어난 부분을 아주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설비로 리튬 농도가 낮은 염수에서도 고순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기술의 범용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라일락 솔루션스가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낮은 리튬 농도 때문이 아니다. 엘리자베스 폰드(Elizabeth Pond)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유타주는 광산 개발에 우호적인 주”라고 말했다. 호수의 리튬 농도는 낮지만 이 지역에서는 염수를 추출할 때 호스만 연결하면 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물을 파야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설리 CEO와 함께 시범 시설 현장에 방문했을 때 우리가 지나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야생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 있었다. 시설은 개조된 컨테이너 몇 대와 두 대의 이동식 트레일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두 트레일러 중 하나는 사무실로, 다른 하나는 시료를 테스트하는 현장 실험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곳은 전력망에 연결된 지역이 아니어서 현재는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시설이 영구 시설로 전환되면 프로판 발전기로 교체할 계획이며, 나중에는 인근에 위치한 고온 암석 자원을 활용해 지열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리CEO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로는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24시간 내내 공급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레이트솔트호와 시설을 연결하는 긴 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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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서는 호수 물을 위로 끌어올려 여러 필터를 통해 고형물을 제거한다. 그런 다음 특허받은 소재로 제작한 라일락 솔루션스의 특수 세라믹 구슬이 채워진 용기로 물을 이동시킨다. 그러면 이 구슬들이 물 속의 리튬 이온을 끌어당긴다. 그러다가 포화 상태가 되면 구슬들을 산성 용액으로 세척해 리튬을 분리한다. 남은 염수는 반복적인 검사를 거쳐 호수로 방류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호스의 배출관을 통해 호수 연안으로 다시 보내진다. 한편 리튬 용액은 탱크에 저장되어 가공 공장으로 운송된 후 배터리 등급의 탄산리튬(백색 분말)으로 가공된다.
맥브라이드 연구원은 “장기적인 기술 공급자로서 라일락 솔루션스는 자사 기술을 다양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형태의 자원을 경제적인 비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범 시설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방문 당시 회사 직원들은 시범 테스트를 모두 마치고 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라일락 솔루션스가 필자에게만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시범 테스트는 특히 불순물이 많은 염수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라일락 솔루션스의 설비는 평균 87%의 리튬 회수율을 보였으며, 순도는 99.97%에 달했다.
다음 단계는 해당 부지를 정리해 같은 곳에 라일락 솔루션스의 영구적인 첫 번째 상업용 시설을 건설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유타주에서 신규 공장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범 프로젝트의 모든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라일락 솔루션스의 첫 번째 미국 시설은 2027년 하반기에 상업용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는 프로젝트 자금의 약 3분의 2를 확보했다. 이 공장이 계획대로 건설되어 가동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에서 가동되는 최초의 상업용 리튬 공급원이자 사상 최초의 DLE 시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며, 이는 현재 미국의 연간 리튬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라일락 솔루션스의 기술을 적용한 본격적인 공장이 건설된다면 그보다도 3~5배에 달하는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잠재적인 걸림돌도 존재한다. 유타주 규제 당국은 올해 심각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그레이트솔트호에서 물을 퍼내는 광물 기업들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사용한 물을 호수로 되돌려 보내기 때문에 해당 규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레이트솔트호의 리튬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문제다. 시험 생산에서는 낮은 리튬 농도가 오히려 기술의 뛰어남을 증명하는 장점으로 작용했으나, 본격적인 상업 생산은 리튬 함량이 더 높은 지역에서 수행해야 경제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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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에서 배터리 광물 담당이었던 애슐리 줌월트-포브스(Ashley Zumwalt-Forbes) 광산 엔지니어는 이에 대해 “그레이트솔트호는 호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최악의 장소일 것”이라며 “물론 호수를 단순히 기술 시험용으로만 사용한다면 그건 타당하다”고 말했다.
라일락 솔루션스가 경쟁사들과 차별되는 점은 자체적인 DLE 장비 설계 및 제조와 실제 리튬 생산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라일락 솔루션스는 그 대신 자사 기술을 타사에 판매하고자 한다. 시범 공장은 단순히 회사 시설의 테스트와 공개를 목적으로 한다. 설리 CEO는 “공장을 별도의 유한책임회사(LLC)에서 건설하고 있다”며 “기술 시연이 성공적일 경우 잠재적인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는 리튬 산업에서 이례적인 전략이다. 에너지 컨설팅사 블룸버그NEF의 콰시 암포포(Kwasi Ampofo) 광물 및 금속 부문 책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술 시연에 성공하면 원재료 채굴부터 에너지 생산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라일락 솔루션스는 기술 공급업체가 되려고 한다”며 “왜 다른 많은 기업들이 이 길을 선택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설리 CEO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가 스맥오버 지역이나 다른 석유 기반의 프로젝트에서 선호되는 공급업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기술이 차세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엑슨모빌이나 쉐브론, 리오틴토(Rio Tinto) 같은 거대 기업들과 협력하게 된다면, 그런 회사들의 리튬 프로젝트에서 DLE 기술 공급업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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