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샘 올트먼과 고래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술은 챗봇이 아니다. 새로운 챗봇이 출시될 때마다 반복되는 과도한 주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필자의 동료인 그레이스 허킨스(Grace Huckins)는 최근 오픈AI의 GPT-5 출시와 관련해 훌륭한 기사를 하나 작성했다. GPT-5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의 요점 중 하나는 “GPT-5가 이전 모델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혁신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결론에서 “GPT-5는 새로운 혁신이라기보다는 이전 모델을 조금 더 개선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론은 필자의 또 다른 동료인 윌 헤븐(Will Heaven)이 최근 제기한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헤븐은 최신 AI 모델이 스마트폰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AI 모델 역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시 뉴턴(Casey Newton) 기술전문 기자도 최근 플랫포머(Platformer) 뉴스레터에서 유사한 주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CEO는 이번 GPT-5를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출시한 첫 번째 아이폰’에 비유했다. 좋다, 그렇다고 하자.

하지만 GPT-5가 정말 블랙베리 키보드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으로 전환된 것에 비할 정도로 혁신적인가? 빠른 위치 측정을 위한 A-GPS와 API를 적용해 실시간 길안내를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로 우버와 데이팅 앱들을 탄생시켰으며, 필자가 부리토를 사러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를 수 있게 될 정도의 혁신을 가져왔는가? GPT-5의 진정한 혁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GPT-5 출시 이후 오픈AI는 사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오픈AI는 GPT-4o의 개성이 그리웠던 고객들의 반발로 챗GPT 유료 결제 고객들에게 해당 옵션을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 오픈AI의 이러한 결정은 GPT-5가 눈에 띄는 성능 개선보다는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더 맞췄음을 증명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AI가 GPT-5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 올트먼 CEO는 GPT-5 출시를 암시하며 우주에 신비로운 데스스타(스타워즈에 나오는 거대한 전투용 인공위성)가 떠 있는 이미지를 X에 공개했다. GPT-5 출시 당일에는 GPT-5가 박사 학위 수준의 지능을 갖추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방송에 출연해 GPT-5가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가 보기에 올트먼 CEO의 주장은 지나친 과장에 불과하지만, AI 기술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인물은 올트먼 CEO뿐만이 아니다. 8월 초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AI 초지능’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한 긴 글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올해 초 “AI가 1년 이내에 모든 신입 일자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AI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세계를 지배하고 지구상 모든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GPT-5는 여전히 ‘블루베리(blueberry)’라는 단어에 ‘b’가 몇 개나 들어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물론 오픈AI나 앤트로픽에서 출시한 제품들이 인상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AI 제품들은 당연히 인상적이며 유용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마주치는 과장된 주장들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는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를 하루에 여러 번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챗봇에 관한 필자의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최근 필자의 아내는 서핑을 하다가 고래 한 마리가 꼬리를 반복적으로 수면에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내는 고래를 가까운 거리에서도 본 적이 많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아내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필자도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챗GPT에 고래가 수면에 반복적으로 꼬리를 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챗GPT는 ‘로브테일링(lobtailing)’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보이는 이유들을 함께 제시했다. 매우 대단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사실 구글 검색을 했어도 ‘로브테일링’ 현상에 대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챗GPT는 해당 현상에 대한 요약을 제공했지만 설명이 너무 단정적이었다. 실제로는 로브테일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만 아직 그 누구도 확실한 해답은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필자가 로브테일링 현상의 원인이 여전히 수수께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유는 검색 결과들을 살펴봤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검색 결과를 찾아보다가 에밀리 보링(Emily Boring)이라는 저자가 쓴 아름답고 애상적인 에세이를 발견했다. 보링은 바다에서 혹등고래가 꼬리를 수면에 치는 모습을 관찰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행동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의사소통의 한 가지 형태인지 특정한 의미가 있는 행동인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했다. 저자는 고래가 꼬리로 수면을 치는 행동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언급하면서 이 행동이 고래에게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 글에서 한 단락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다른 생물학자의 연구를 인용해 결론을 내렸다.

놀랍게도 로브테일링에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 자체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이유일 수 있다. 생물학자인 할 화이트헤드(Hal Whitehead) 박사는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행동과 꼬리로 수면을 내리치는 행동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들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요성과 신호를 보내는 고래의 건강 상태를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브테일링은 고래가 건강하며, 최대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고 있고, 강력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으며,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소모하여 공유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래는 이 행동을 통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 주목하라! 나는 중요하다! 나를 알아봐라!”

어떤 면에서 AI의 성능에 대한 과장된 주장들은 과도해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AI 기술에 쏟아부은 엄청난 투자금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을 정당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건설됐다. 이러한 데이터 센터들은 경제를 떠받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붕괴시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AI 기술에는 정말 너무나 많은 돈이 걸려 있다.

물론 AI 분야에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필자는 새로 출시된 AI 제품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중 하나는 챗GPT 3.5였고, Dall-E, 노트북LM(NotebookLM), 베오3(Veo 3), 신세시아(Synthesia)도 마찬가지였다. 이 제품들은 매우 놀라웠다. 게다가 최근에도 놀라운 AI 제품이 출시됐다.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3(Genie 3)이다. 지니3는 기본적인 텍스트 프롬프트를 3D 가상 세계로 변환할 수 있다. 지니3를 보면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술은 챗봇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새로운 대형언어모델(LLM) 챗봇이 출시될 때마다 성능에 놀라워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LLM 챗봇을 홍보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까지 주장할 수 있다.

필자의 말이 약간 냉소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데스스타를 보여주면서 자동으로 모델을 선택해주는 것이 최고의 장점인 듯한 챗봇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냉소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초지능을 말하면서 ‘새우 예수’를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필자에게는 모두 고래의 ‘로브테일링’과 비슷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마치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주목하라! 나는 중요하다! 나를 알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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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8월 14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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