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의 열쇠? 석유·가스 산업의 기후 기술 도전

석유·가스 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지열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최근 필자는 지열 에너지 스타트업인 콰이즈(Quaise)에 관한 새 기사를 썼다. 이들은 ‘자이로트론(gyrotron)’이라는 장비를 이용한 새로운 시추 기술을 상용화하려고 한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땅을 더 깊이 뚫어 지구 어디에서나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는 취재를 위해 휴스턴에 있는 콰이즈 본사를 찾았다. 이어 콰이즈의 투자사이자 기술 협력사인 네이버스 인더스트리(Nabors Industries)도 방문했다. 네이버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추 회사 중 하나다.

네이버스 본사 부지 내에 있는 콰이즈의 시추 장비 위에 서서 현장을 내려다보며, 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석유·가스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이 산업은 자원과 에너지 분야에 강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화석연료 기득권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이 기후변화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기후 기술 분야에서는 콰이즈와 네이버스처럼 산업 내 입지가 확고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멘트 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서브라임 시스템즈(Sublime Systems)는 세계 최대 시멘트 회사 중 하나인 홀심(Holcim)을 포함한 기존 업체들로부터 큰 지원을 받고 있다.

콰이즈는 2021년 네이버스로부터 초기 투자금 1,200만 달러(약 166억 원)를 유치했다. 현재 네이버스는 콰이즈의 기술 협력사이기도 하다.

네이버스 인더스트리의 에너지 전환팀 소속 카메론 마레시(Cameron Maresh) 프로젝트 엔지니어는 “우리는 어떤 조건이든 개의치 않고 시추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레시에 의하면 네이버스는 지열 산업 내 다른 투자와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으며, 콰이즈와의 협력은 수년간의 공동 작업 끝에 이뤄낸 성과다. 그는 “콰이즈가 어떤 성과를 낼지 정말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협력 관계는 콰이즈 측에 매우 유리해 보인다. 자원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네이버스는 지열 발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혁신 기업과 손을 잡음으로써 미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화석연료가 점차 사장될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협력은 차세대 에너지 생산에 대한 선제적 투자이자 지분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석유·가스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잠재력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존 에너지 산업의 참여 가능성을 다룬 한 보고서에서는 “에너지 전환은 석유·가스 산업의 참여 없이도 가능하지만, 이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넷제로(Net Zero)로 가는 여정은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IEA가 제시한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새로운 에너지 전환 체제에서 전체 에너지의 약 30%는 석유·가스 산업의 기술력과 자원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수소, 액체, 바이오연료, 바이오메탄, 탄소 포집, 지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석유·가스 산업은 기후 대응의 긍정적 주체가 되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IEA 보고서에서도 2022년 전 세계 기후 기술 투자에서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이 차지한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했다. 이후 투자 규모가 다소 늘긴 했지만 이들이 기후 대응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 차원에서 기후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 만큼, 석유·가스 기업들이 각종 투자와 약속을 철회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BP는 최근 석유·가스 생산 축소와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라는 기존 선언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2023년 한 해 동안 해상풍력 부문에서 11억 달러(약 1조 5,22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다른 풍력 자산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셸(Shell) 역시 202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수소차용 충전소를 모두 폐쇄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수소차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어 큰 손실은 아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석유·가스 기업들은 투자 규모가 매우 작고, 정세 변화에 따라 약속을 번복하는 일이 잦다. 또한 화석연료 기업들이 오랫동안 부정적인 행태를 보여온 역사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는 엑손(Exxon)이 1970년대에 이미 기후변화를 모델링했고, 그 예측이 매우 정확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엑손은 이 연구를 공개하지 않고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축소해 왔다. 현재 진실을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엑손 측은 이를 은폐가 아닌 내부 논의 과정 중 외부 공개가 부적절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밝히지 않은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화석연료가 단기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석유·가스 기업들, 특히 생산자들은 기후 목표에 부응하려면 재정적 이익에 반하는 급진적인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진정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IEA 보고서도 “진정 변화를 약속했다면 그 누구도 다른 이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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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8월 08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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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8월 08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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