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반발에도 교실 장악 꿈꾸는 거대 AI 기업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AI가 부정행위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사용 사례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방학을 맞이했고 여름이 한창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다음 학기에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7월 8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수업에 AI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최대 교사 노조 중 한 곳과 2,300만 달러(약 320억 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로 출범한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for AI Instruction)는 올 가을부터 뉴욕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AI를 수업뿐 아니라 수업 계획 수립,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까지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은 힘든 싸움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실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끔찍한 일’로 여긴다. AI가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학생들의 집중력 지속 시간 단축을 가속화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뉴욕(New York)> 매거진의 한 기사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챗GPT의 도움으로 대학을 무난히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며 AI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맹공 속에서도 AI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면 개개인에 더 맞춤화된 수업 제공, 더 빠르고 창의적인 수업 계획, 더 신속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번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를 지원하는 기업들이 선의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하며 교사와 학생들을 사용자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앤트로픽은 대학에 자사의 AI 모델들을 홍보하고 있으며, 오픈AI는 교사들을 위한 무료 강좌를 제공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교사 대상의 초기 교육 세션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자들은 교사들에게 수업 계획과 이메일 작성에 자사의 AI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한다.
아직 관련 연구는 초기 단계이지만, AI 사용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또는 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들이 나와 있을까? 우선 기술 기업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부 데이터가 존재한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 1,5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교실에서 묻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답변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의 수학 수업부터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 강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학습을 도와주는 ‘AI 튜터’가 학생들의 더 적극적인 수업 참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연구 결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조사에서는 아이들이 AI를 부정행위에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학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연구에서는 AI에 의존하면 비판적 사고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형언어모델(LLM)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처럼 AI가 학생들에게 온전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를 후원하는 AI 기업들이 교실에서 ‘언제’ AI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 출범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첫 번째 교사 교육도 몇 달 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교사들은 이미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례로 뉴욕의 22개 농촌 학구 도서관 시스템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해리스(Christopher Harris) 교사는 AI 리터러시(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해당 교육과정에는 스마트 스피커 사용 시 개인정보 보호(2학년용 수업)부터 허위정보와 딥페이크(고등학생용 수업)까지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해리스 교사에게 이번에 출범한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에서 사용될 교육과정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교육과정의 진정한 목표는 교사들이 AI의 작동 원리와 활용법을 제대로 이해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에서 피해야 할 것은 교사들이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구나 사전 설정된 프롬프트를 사용하게 하는 데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 교사는 AI 시대에 학교가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고서는 이러한 모든 교육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중요한 문제는 AI를 사용한 부정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 AI 교육 아카데미는 180만 명의 교사가 가입해 있는 미국교사연맹(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과 뉴욕주의 20만 교사를 대표하는 연합교사연맹(United Federation of Teachers)이 주도하고 있다. 기술 기업들이 이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수백만 명의 교사들이 AI에 대해 배우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교육자들은 AI 사용을 전면 거부한다. 이들 중 수백 명은 7월 둘째 주 공개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작문을 가르치는 헬렌 최(Helen Choi) 부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최 교수는 “기업들이 기술에 대해 뭐라고 홍보하든 교실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교육자들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교육자로서 유용성, 안전성, 윤리성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교육자들이 교육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 아닌 LLM 같은 도구의 대대적인 도입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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