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은 공정 이용?…앤트로픽·메타 승소로 가열될 저작권 논쟁

앤트로픽과 메타가 AI 모델 학습과 관련한 저작권 소송에서 첫 승소를 거뒀다. 하지만 AI 시대의 공정 이용 기준을 둘러싼 법적 논쟁은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테크 기업 앤트로픽과 메타가 최근 저작권 소송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두 기업의 소송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창작물을 활용해 대형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다툰 첫 번째 사례였다. 특히 인공지능(AI) 학습과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업계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테크 기업과 창작자들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 왔다. 겉으로는 어떤 방식의 활용이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법리 다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창작과 기계의 창작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를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이와 유사한 소송이 수십 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 피고는 앤트로픽과 메타는 물론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AI 기업 전반에 걸쳐 있으며, 원고에는 개별 작가, 예술가뿐만 아니라 게티 이미지(Getty Images), 뉴욕타임스 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소송의 결과는 AI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 기업들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콘텐츠를 수집해 모델을 훈련시키는 행위를 법원이 허용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만약 법원이 이를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기업들은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의 모델 학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AI 산업 전반의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업계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였던 결론도 그 이면은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속사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두 건의 소송 모두 작가들이 원고로 나섰다. 앤트로픽을 상대로 한 소송은 집단소송 형태로 제기됐으며, 메타를 상대로 한 소송에는 세라 실버먼(Sarah Silverman), 타네하시 코츠(Ta-Nehisi Coates) 등 유명 작가들을 포함해 총 1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저서를 무단으로 사용해 LLM을 학습시켰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 기업은 해당 행위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법에서 일정한 조건 하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원칙을 말한다.

여기까지는 두 사건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지난 6월 23일 미국 연방 지방법원의 윌리엄 올섭(William Alsup) 판사는 피고의 손을 들어주며 앤트로픽의 도서 활용 방식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앤트로픽이 저작물을 ‘변형적(transformative)’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즉 원작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올섭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기술은 우리가 평생 접하게 될 기술 중에서도 가장 변형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밝혔다.

메타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미국 연방 지방법원 빈스 차브리아(Vince Chhabria) 판사는 역시 메타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지만, 판결의 초점은 ‘시장 가치 침해 여부’에 맞춰졌다. 차브리아 판사는 6월 25일 발표한 판결문에서 “누군가가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한 경우, 거의 모든 소송의 핵심은 그런 행위를 허용했을 때 원작의 시장 가치가 실질적으로 훼손되는지 여부”라며 “올섭 판사는 이 시장 침해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결과는 같았지만 논리는 달랐다. 그리고 이 차이가 향후 유사한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한편으로는 공정 이용을 정당화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논리가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공정 이용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두고 법원 내에서도 견해차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차브리아 판사는 이번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메타의 행위가 정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 측이 충분히 강력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판결문에서 “본 사건은 집단 소송이 아니므로 이번 판결의 효력은 13명의 작가에게만 적용되며 메타가 활용한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권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메타가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언어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불만이 있다면 더 강한 논리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두 기업 모두 이번 승소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과 메타는 현재 별도의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단순히 저작권이 있는 책을 모델 훈련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해당 자료를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내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앤트로픽은 이 불법 다운로드 의혹과 관련해 추가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메타 역시 원고 측과 해결 방안을 협의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상태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판결은 이와 같은 유형의 소송에서 처음으로 내려진 결정인 만큼 상당한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판결 중 첫걸음에 불과하다. 양측의 주장은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고, 논쟁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단계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저작권 소송에서 테크 기업 측을 대리하고 있는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 소속 아미르 가비(Amir Ghavi) 변호사는 “결국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만 보게 될 것”이라며 “첫 소송이 제기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항소 절차는 물론 40건이 넘는 다른 소송도 계류 중인 만큼, 법원이 이 사안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대형 창작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타일러 초 법무법인(Tyler Chou Law for Creators)의 창립자 타일러 초(Tyler Chou) 대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판결은 실망스럽다”며 “원고 측이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문가 증언과 데이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 대표는 이번 판결이 시작일 뿐이라고 본다. 그는 가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두 사건이 항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훨씬 강력한 상대가 테크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 원고는 대형 출판사, 음반사, 언론사들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AI 시대에서 공정 이용의 기준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정 다툼이 모두 끝난다고 해도 진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창작자들이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불만은 저작권 침해 자체가 아니다. 저작권은 단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계와 비즈니스 모델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AI가 창작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세상이 온다면, 앞으로 누가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으려 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법정 공방은 단순히 기업과 창작자 간의 이해충돌을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쟁점이다. 아직 이 복잡한 난제를 해결할 명확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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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08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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